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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섭소장 코멘트]채용비리, 청년단체와 시민단체 ‘뿔났다’

경제돌봄 2018. 2. 12. 11:12

채용비리, 청년단체와 시민단체 ‘뿔났다’금융정의연대·청년참여연대 등 엄중처벌 및 관련법률 제정 촉구

 


 
▲ 청년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8일 오전 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하나은행 및 채용비리 은행들은 청년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지난 6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각종 청년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8일 ‘시대를 역행하는 은행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정의연대, 경제민주화넷, 내지갑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청년광장, 청년유니온,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및 청년단체들은 이날 회견을 통해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이은 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은행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오직 출신대학이 SKY라는 이유만으로 채용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현대판 매관매직”이라며 △채용비리로 입사한 부정 취업자 합격 취소와 피해자 구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 은행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정부와 국회에 ‘공정한 채용 보장과 채용비리 엄벌을 위한 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채용비리 은행들은 청년에게 사죄하라’ ‘채용비리 특혜자의 합격을 취소하라’ ‘노력에 대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라’ ‘채용비리 은행들은 무릎꿇고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VIP리스트를 운영하고 지역할당제라 변명하는 은행들을 규탄했다.

한영섭 내지갑연구소 소장은 “은행들은 우리 청년에게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며 너희는 ‘흙수저’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면서 “SKY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하고 ‘금수저 리스트’를 만들어 청년들의 희망을 유린한 은행들은 아직도 청년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했다.

또 “공개채용은 기업들이 사회와 약속한 일종의 계약인 만큼 채용비리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은행들을 엄벌하고 ‘공정한 채용의 보장과 채용비리 엄벌에 관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 금융정의연대, 경제민주화넷, 내지갑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청년광장, 청년유니온,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청년참여연대 등이 채용비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채용비리의 위법성과 심각성 =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이헌욱 변호사는 “국민들이 원한 것은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이고 특히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기본”이라며 “최종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권이 탈락하고 불합격권 명문대생이 합격한 것은 현행법상 면접관의 정당한 업무집행을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채용비리의 위법성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공고를 무시하고 숨겨진 기준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이며 미국에서는 사기죄로 다뤄진다”며 채용공정성을 보장하는 관련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모든 청년들이 하나카드, 국민카드를 사용하는 만큼 은행은 공적인 요소이고 신뢰와 공정의 아이콘인데 학벌이나 출신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고 있었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여성이라, SKY 아니라, 금수저 아니라 죄송했는데 이제는 공정한 미래가 없는 만큼 청년들에게 더 이상 노력하라고 말하지 말아달라”고 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다.

■청년들의 상실감에 대한 정당한 요구 = 이수호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채용비리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좌절감과 상실감을 대변했다. 이 팀장은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이라며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쌓아도, 신입인데 실무경력을 갖춰오라 해서 인턴이며 각종 경험을 쌓아도 모든 것들이 출신대학과 부모에 의해 부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직과 성실을 인재상으로 내건 하나은행이 이런 자질을 요구할 수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현실을 직시하며 반성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봉환 청년광장 콘텐츠미디어팀장은 “어느 누구는 서류전형에서 813등인데 할아버지가 회장이라 최종 4등으로 합격, 어떤 누구는 아빠가 면접에 나와서 합격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능력이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던 정유라의 말이 떠오른다”고 한탄했다. 그는 “청년들도 행복을 추구하면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며 “반칙과 비리 없이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 공정한 과정에서 정당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청년들의 요구를 전했다.

조현준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도 “수많은 준비와 시간을 투자했는데 명문대가 아니라는 약속되지 않은 이유로 떨어진 것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믿음이 지켜져야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만큼 사회에서 사건을 명백하게 고찰해 공정한 약속을 합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힘을 보탰다.

■명백한 불의에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돼 =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중의 4대 금융 집단이 공공성과 공적책임을 망각한 데 대해 규탄했다. 그는 “단순히 채용비리 건으로 분노해서 청년들이 모인 게 아니다”라며 “고객계좌불법조회, 이유 없는 노조탄압 등 온갖 불법부당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질러온 행태가 채용비리까지 이르러 반사회적 잣대가 만연했기에 울분을 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은행들은 우리보다 더한 곳들이 많은데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하느냐며 더더욱 반사회적 집단을 거울 삼아 면죄부를 받으려 할 것”이라면서 “명백한 불의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수사에 돌입했다고 하니 지켜보겠다”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검사를 응원할 것”이라고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하나은행 면접점수 조정현황 (사진=심상정 의원 SNS 캡처)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회에 걸쳐 11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현장검사 결과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고 2월 1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KEB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 확인됐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VIP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윤종구 회장의 증손녀가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고도 합격했다. 광주은행에서는 임원이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참석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된 금융감독원 자료를 입수해 공개하면서 청년단체,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불합격이었던 고려대(3명), 서울대(2명), 연세대(1명), 위스콘신대(1명) 출신의 면접 점수를 0.35~2.4점 올려 합격시켰다. 대신 건국대를 비롯해 동국대, 숭실대, 한양대(에리카), 명지대, 가톨릭대 출신의 면접 점수를 0.5~1.3점 깎아 불합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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