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학습

커버링, 켄지 요시노, 민음사, 2017

경제돌봄 2018. 7. 10. 01:06




서평 작성자 : 이수연


6월 30일 젠더 세미나 다섯번째(2) 네가 너로 사는 것까지는 인정하겠지만, 네가 너라는 것을 밖으로 말하지 말고, 내 눈에는 띄지 말라는 강요


<커버링(켄지 요시노)>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 유학 후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하여 현재 뉴욕대학교 헌법학과 교수. 그러나(?) 일본계 미국인이며 게이로 본인이 동성애자이자 미국 내 아시아인으로서 소수자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회고하는 에세이인 동시에 법학자로서 민권의 확대 발전을 위한 논의를 담은 책.


청소년 시기부터 느꼈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대학 이후 극심해진 고뇌, 지난 연인들과의 연애 과정, 좋아하던 문학 대신 법학을 선택한 계기, 부모님 앞에서 커밍아웃의 과정, 자신의 연구나 강의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쉽게 이해되거나 오해받지 않기 위한 노력들 등 자신의 지난 경험을 마치 소설처럼 생생하게 전달. 덕분에 커버링의 문제점과 민권의 확대 발전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 대해 더 잘 공감할 수 있음.


커버링이란? 주류에 부합하도록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의 표현을 자제하는 것. 예를 들어 마거릿 대처는 목소리 음색을 남자처럼 낮추는 훈련을 받았으며, 루스벨트 대통령은 각료 회의 전 휠체어를 보이지 않게 숨기고 책상에 미리 앉아 있었음.


저자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피부색·종교·출신국·성별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1964년 제정)과 민권운동이 커버링 앞에서 멈췄다고 주장. 이를 동성애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음.

동성애에 대한 동화주의 요구는 전환, 패싱, 커버링의 단계를 거쳐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동성애를 이성애로 전환시키려거나 동성애를 말하지 못하도록 패싱하려는 요구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대신 커버링의 요구는 여전하다고 다양한 판례를 들어서 보여준다. (예 : 동성 결혼을 이유로 해고당한 사례 - 동성애자라서 해고된 게 아니라 동성 결혼식이라는 과시적 행동을 하여 해고당한 경우로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고 결론 / 동성애 부모의 양육권 판단 여부 – 동성 연인과 애정행위를 하는 장면을 자녀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양육권을 줘도 괜찮다는 판단들)


- 전환 conversion : 정체성을 바꾸고 싶은 요구 – 동성애자 vs 전 동성애자
- 패싱 passing : 정체성을 숨기려는 요구 –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vs 그렇지 않은 동성애자
- 커버링 covering : 정체성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요구 – 노멀 vs 퀴어, 성적 보수주의자 vs 급진주의자


커버링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재확인시키는 불평등의 상징이다. 하지만 전환이나 패싱보다 복잡한 형태의 동화로 첫째, 분류하기가 어렵다. (예 : 결혼은 소속의 축에서 보자면 이성애 문화로서 커버링의 형태가 되지만, 외양이나 액티비즘에서 보자면 동성애를 과시하는 행동) 둘째, 도덕적으로 복잡하다. (예 : 공공장소에서 굳이 애정행위를 해야 하나? 퀴어 퍼레이드에서 선정적 복장을 입어야 하는가? 전환과 패싱에는 반대하지만 커버링은 찬성하는 사람도 많음)


저자는 스스로 커버링 요구를 극복하고 나서야 감정, 문화, 정치, 연인을 진정으로 갖게 되고 동성애자의 삶이 즐거울 수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따라서 모든 커버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정당성 없이 강요된 커버링에 반대한다. 왜? 사람은 편견과 제약 없이 모든 차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거나 만들어갈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책의 결론으로 저자는 커버링의 압력을 벗어나기 위한 힘은 법률가가 아니라 시민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시민들이 법 밖에서 커버링 요구 이면의 이유를 묻고, 그것이 타당한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새로운 민권은 집단 기반의 평등권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자유권으로, 즉, 민권에서 인권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세미나 참가자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집단 기반의 평등권을 위한 투쟁이 필요한 것이 현실. 집단 정체성은 개인 정체성을 찾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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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 요시노는 뉴욕 대학교 법학 대학원 헌법학과의 ‘수석 판사 얼 워런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예일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우리 민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커버링』을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정의의 개념을 탐구한 『셰익스피어, 정의를 말하다』를 출간했으며, 동성 결혼 법제화에 관해 논한 『지금 말하라: 재판에서의 결혼 평등(Speak Now: Marriage Equality on Trial)』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다. 현재 그는 뉴욕에서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주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약자와 소수자는 자기 정체성을 희생해야만 하는가?

질병을 치료하듯 사회적 병폐와 격론을 벌이는 『커버링』은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켄지 요시노는 『커버링』에서 오늘날의 ‘차별’이 ‘주류 규범에 동화하지 않는 소수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종적 소수자에게는 ‘백인 행동’을, 성 소수자에게는 그들의 정체성을 과시하지 않고 생활하기를, 심지어 직장 여성에겐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티 내지 말라고 강요한다. 미국 민권 소송의 역사를 돌아보며 소수자에게 행해진 폭력을 고발한다. -《뉴요커》

『커버링』은 민권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공하고, 사회가 어떻게 차이를 차별하는지 강력히 규명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편견에 맞서도록 도와주며, 인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생각하도록 진지하게 요구한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의 저자

『커버링』은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다. 폭넓은 예시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주제를 훌륭하게 주장하며, 통찰력과 유머 및 학식으로 충만한 이 책은 민권과 차별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민권, 성적 지향, 그 밖의 다양한 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인류의 번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에이미 추아, 『타이거 마더』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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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문학의 만남


소설을 읽는 것 처럼 잘 익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나도 모르게 강요하는 커버링.

나도 커버링을 하고 있는가? 커버링을 강요하는가?


문자 이면의 감정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