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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59조 짊어진 청년은 실신세대 … 100만원 꾸려다 5000만원 수렁에

금융리터러시 2018. 11. 18. 18:53

청년들은 3포·5포·7포를 넘어 이젠 ‘1포 세대’로 수렴된다고 자조한다. 포기해야 하는 한 가지는 ‘이번 생’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실신(실업+신용불량)세대’라 부른다. ‘청년 실업, 청년 빈곤, 청년 빚’에 발목 잡힌 그들의 현실을 빚댄 말이다. 특히 청년 빚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 청년 빚 59조원. 청년 5명 중 한 명은 대출 경험이 있고, 파산과 회생을 신청하는 청년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청년 빚은 몇몇 청년의 개인 문제를 넘어선 사회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젠 청년 빚을 사회 문제로 보고 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을 빚쟁이로 내모는 이 시대를 탐구한다.


[탐구 1] 청년들 어떻게 빚쟁이 되나 
생활비·학자금 쪼들려 급전 찾아 
휴대폰 여러 대 개통 ‘내구제 대출’ 
브로커 26% 고리 알선 ‘작업 대출’   
덤터기 따지자 납치·감금도 당해 
20대 가구주 평균 2385만원 빚 
  
생활비 100만원은 못 구해도 1000만원 빚쟁이가 되는 건 매우 쉬운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 얘기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빚쟁이유니온 등 청년 빚 상담을 하는 시민단체에는 소액의 생활비가 부족해 급전을 구하려다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는 사연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청년이 빚쟁이가 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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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섭(사진) 내지갑연구소장은 청년유니온부터 국내 청년 빚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대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내구제 대출’ ‘작업 대출’ 등 청년들의 이상 금융현상을 고발하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운동뿐 아니라 청년 빚 상담과 생활경제형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장을 가장 많이 아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청년 빚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잘못된 청년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낸 문제라고 꼬집는다.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청년 빚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질의 :청년 빚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적 병폐란 무엇인가.
응답 :“원래 금융은 돈 없는 사람이 가장 비싸게 사는 유일한 상품이다. 그런데 학자금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직장에 따라 학자금이 회사에서 지원되거나 무이자 대출이 되는 청년들도 있다. 부모 배경이 약할수록 비싼 이자로 학자금을 빌려야 하고, 결국 학자금 대출에서부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 범법자가 되기 너무 쉽다. 범법 대출이 마구잡이로 검색되고, 정상영업을 한다는 저축은행에선 브로커가 수수료로 50~70%를 떼가는 작업 대출이 손쉽게 이루어진다.”

   

질의 :청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란.
응답 :“청년 빚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일단 욕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능력이 없으면 빚지지 말아야 한다거나 왜 대학을 갔느냐고 따지고, 더 노력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배경이 없는 청년이 대학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비빌 언덕이 없다는 점에서 대학은 필수재라고 볼 수 있다. 빚을 지는 것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자금 빚은 사회가 해결해 줘야 하고, 조금은 따뜻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질의 :따뜻한 시각이 청년 빚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응답 :“청년들은 금융실적이 없어 6등급이다. 현 금융체제에선 고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힘 없는 청년에게 먼저 믿음을 보이라고 하기 전에 힘 있는 쪽에서 믿어 주는 게 먼저여야 하지 않나. 또 신용불량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하고도 신용회복위원회에 한 번 다녀온 뒤 아예 포기하는 청년도 많다. 청년은 맷집이 약해 상담 시 고압적이고 기계적인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실제 부채 카운셀링은 심리치료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른 눈높이로 보고 훈계하려는 경향도 있다. 게다가 청년 스스로가 노력프레임에 갇혀 자신을 실패자로 단정하고 쉽게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사회제도도 대상에 대한 이해를 높인 상태에서 시행되야 한다.”

 

질의 :청년 빚 해결방안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나.
응답 :“학자금 대출만이라도 일시적으로 탕감해 주면 좋겠다. 또 마이크로 크레딧도 창업자금이 아닌 서민자립형금융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의 여유있는 계층이 기금을 마련해 청년들이 대출하면 그만큼 보태주는 매칭형식의 ‘자산형성프로그램’등을 운영해 대출을 통해 자립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벌이를 위한 금융이 아닌 사람 살리기 금융에 대해 사회가 더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저축과 재테크가 주 내용인 금융교육도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금융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