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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진잼 잊었다… ‘생존경제’ 열공하는 청춘들(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영섭 센터장 인터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3. 18. 13:27

수입 적고 소비 유혹 많아진 세대 “돈 모으기 힘들어” 불안감

경제강의ㆍ상담 각광, 재테크 잡기술보다 자신만의 경제관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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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만난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일할 때부터 느낀 것이 가계 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점과 청년들은 문제가 생겨도 도움을 잘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라며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기도 하고, 청년 친화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 했다.

“상담을 받으러 오면 고압적이거나 훈계하는 태도가 싫어 잘 찾지 않는다고도 하고,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자신이 상담을 요하는 상태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대출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과 상담이라는 걸 절감했죠.”

필요한 만큼, 더 많이도 더 적게도 아닌 ‘적정 대출’이 이뤄져야 하고 이 대출이 청년의 삶에 독이 아닌 약이 돼야 하는데, 이런 교육은 어디에서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전체 청년 부채는 59조원을 넘어섰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20대는 2015년 542명, 2016년 743명, 2017년 780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2018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세대별 금융이해력은 20대 61.8점, 30대 64.9점으로 나타났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돈은 단지 여러 수단 중 하나라는 걸 깨닫는 게 재무현황 파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래 놓인 것은 워크숍에서 활용하는 수업 교구, 손에 든 것은 센터가 개발한 '꿈꾸는 가계부'다. 김혜영 기자

‘청년연대은행 토닥’의 상담부서로 운영되던 센터는 2016년부터 별도 법인체로 본격 출범했다. 한 센터장은 빚쟁이유니온 위원장으로 일해 온 청년 부채 전문가이기도 하다. 센터는 교육, 상담, 소모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19~39세 청년이라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고, 교육이나 상담은 유료(2만~30만원) 과정도 있지만, 교육비를 공공기관이 지원하기도 한다. ‘내 지갑 워크숍’을 주제로 한 강의는 돈의 인문학, 토닥토닥 꿈꾸는 가계부 작성 등으로 구성된다. 위기청소년, 다문화가정, 북한 이탈 주민, 성매매 피해여성, 미혼모(부)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출장 강연도 연다.

한 센터장은 “교육, 상담에 몰리는 청년들의 정서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불안감’이다”라며 “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세 방식이 그저 자기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고, 쉽게 돈 버는 방법이 있다는 듯 현혹하는 재테크 강의에 몰리고, 경우에 따라선 ‘해봐야 뭐 하나’라는 무력감에 빠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많은 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서 ‘제가 저축을 못하고 있는데’라며 미안하다는 듯 말을 꺼내요. 늘 누군가로부터 질타를 받은 거죠. 기존 재무설계 관점으로는 ‘더 아껴 써야지 이게 뭐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지금 청년 가계부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더 아낄 여지가 없는 경우도 많아요. 정말 '도저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라면, 저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절대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 좌절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데서 상담을 시작해요.”

아무리 아껴도 저축이 불가능한 청년은 분명 존재하고, 그렇다고 모두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치냐’는 딜레마에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주목하는 건 ‘다원적 경제모델’이다. 쉽게 말하면 좌절, 낙심, 포기하기 전에 내 욕구와 희망을 반드시 돈으로만 충족할 수 있는지 생각하도록 돕는다.

한 센터장은 “공공임대, 공공도서관 등 생각을 전환하면 생각보다 공유나 구독 경제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은데 우린 이런 이미 있는 자원의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돈벌이를 위한 역량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전략 아니면 어렵지만 더 더 더 아끼자고만 하는 짠테크를 넘어서 ‘어떻게 이 불안 속에서도, 피어나는 삶을 살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갑트레이닝이라고는 하지만 인문학, 철학적 고민을 동반해요.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철학 없이 각종 재테크 잡기술이나 가성비 경제만 좇다 보면 돈은 돈대로 못 모으고 좌절감만 쌓이는 역설이 발생하거든요. 이를테면 월 10만원 저축하는데 더 높은 금리를 찾겠다고 며칠을 소비하고 교통비를 내고 먼 은행에 가서 저축하면, 수년이 지나도 몇만원 차이도 안 나는데 귀한 시간과 차비만 쓰죠. 아껴 쓸 수 없는데도 주류 경제의 주술에만 둘러싸여 아끼려고만 하면 스트레스만 쌓이고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 나름에 보탬이 되는 절약과 공부를 하면 되고, 도무지 절약이랄 게 가능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만의 기준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소모임 프로그램 '생활경제소모임, 돈 it수다'에서 쓰는 '토킹젠가'다. 젠가에 돈을 둘러싼 대화 주제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 자연스러운 대화와 고민을 하게 한다. 김혜영 기자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보드게임을 통한 생활경제 체험'을 할 때 사용하는 교구다. 30만원의 식비를 '생협 이용해 먹거리 조달하기(30만원)'으로 대체하는 등의 다양한 사고 전환을 시도한다. 김혜영 기자

 

생존경제 열공족을 위한 매뉴얼. 그래픽=김경진 기자

자신만의 기준, 경제관을 모색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는 꾸준히 늘고 있다. 매주 생활 미디어 사이트 '핀치(thepin.ch)'는 지난해 7월부터 신한슬 에디터의 ‘서바이벌 생활경제’를 연재 중이다. 2030세대를 위한 경제 콘텐츠를 메일링(이메일 전송)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어피티’도 지난해 7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겉도는 기존 제도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한 센터장은 “과거의 틀에 갇힌 청년들은 계속 금융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라며 “플랫폼 노동자(애플리케이션, SNS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는데 이들은 소득 증빙이 쉽지 않아 기존 제도대로라면 대출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제도는 겉돌고, 이 안에서 금융 사각지대나 빚더미에 내몰리는 청년들이 많아요. 꼭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금융실적이 없어 대출받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다급한 경우 불법 대출의 타깃이 되기도 하고요. 제도부터 청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하고요. 교육에 있어서도 ‘단기간에 몇 억 모으기’ 같은 말초적인 콘텐츠가 아닌, 삶에 약이 되는 좋은 경제교육을 이뤄낼 것인지 전 사회적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거죠.”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출처 :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3140943383138?did=NA&dtype=&dtypecode=&prnew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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