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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 한영섭의 금융산책

[내지갑칼럼]저축하는 습관보다 더 중요한 것

금융리터러시 2018. 12. 31. 11:52

저축하는 습관보다 더 중요한 것

- 맹목적인 저축이 삶을 망친다

피터, 한영섭


20대 청년대상 강의를 하다보면 저축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축을 하지 말라니... 같이 망하자는 말인가?

아니 반대다. 저축‘만’ 하면 인생 망할 수 있다. 차라리 저축을 안 하는 것이 덜 망하는 길이다.

우리사회 통념은 저축은 좋은 것이고 소비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야하고 돈을 아껴 써야 한다고만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은 일상적으로 우리 삶을 지배한다. 일반적인 부모세대는 청(소)년에게 돈을 잘 모을 것을 주문한다. 여행 같은 곳에 돈 쓰지 말고 돈을 모아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해야지, 돈을 헤프게 쓴다고 눈살을 찌푸리기 일 수다.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재테크 서적이나, 광고, 방송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저축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더욱 강화된다.

저축은 좋은 일 맞다. 저축을 통해 쌓아 놓은 돈으로 사고 싶었던 노트북을 구입할 수 있고, 보증금을 늘리거나, 집을 사거나, 돈을 불리는 투자, 기부도 할 수 있다. 우리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저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 많다.


'저축은 돈을 쌓기 위해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다. 저축은 미래지출이다'

- peter -


저축은 지금 당장의 소비, 즉 지금욕구를 포기함으로 인해 미래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당장의 소비를 지연시킴으로 인해서 미래 이루고 싶은 일을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지금욕구를 포기하고 미래욕구만을 충족하는 하는 삶이 좋은 삶일까? 저축으로 인해 포기 되어야하는 것들도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25살 청년이 30세까지 1억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단순계산으로 5년 동안 매월 약166만원을 모아야 한다. 급여가 200만원 이면 약 40만원으로 월세, 교통비, 식비 등을 쓰고, 나머지를 모두 저축해야 한다. 우선 5년 동안 매 순간 순간 갈등을 때려야 한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정말 친한 친구의 결혼식, 장례식에 참여 하는 것도, 큰돈이 들어가는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배우고 싶은 기타는 나중에 배워야 한다. 해외여행은 5년 뒤로 미룬다. 조카 용돈을 주는 일도, 쓰고 있는 노트북도 망가지면 안 된다. 그리고 직장에서 절대 잘리면 안 된다. 지랄 같은 상사가 욕을 해도 중간에 퇴사를 결심하는 것은 넣어 두어야 한다.

정말 성실하게 한 눈 팔지 않고 돈만 모았다면, 5년이 지난 뒤 이 청년의 통장에 쌓여 있는 1억원은 어떤 의미인가? 만약 1억원이 집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 이였고, 마침 경매로 나온 집을 다행히 시중가격 보다 70% 싸게 대출 1억원을 끼고 구입할 수 있었다면, 5년간 노력해서 얻은 2억 짜리 집은 어떤 의미일까?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진짜 실행한다면 이 청년의 5년은 도대체 어떤 삶인가. 현실에 대한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재테크 책에서, 방송에서, 부모가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고, 저축해야 한다고'

‘상담사님 제가 저축을 못하고 있어요. ㅜㅜ 저 이대로 괜찮을까요. 저축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ㅜㅜ’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이렇게 실행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이 있었고, 이렇게 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청년들도 무수히 많았다. 상담을 할 때 마다 안타까웠다. 차라리 돈을 막 쓰라 조언해준다.

인간은 결핍된 욕구를 실현 하면서 만족을 얻고 그 힘으로 인생을 원활히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데 욕구를 계속 지연만 하면 만성적 결핍상태에 빠지게 되고, 삶은 무기력하게 된다. 저축‘만’하는 삶은 돈은 남지만 자신의 일상적인 욕구를 실현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내 돈을 써야 욕구를 실현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우리의 욕구는 집을 구매해서 안정적인 삶을 터전을 만들고 싶은 욕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맺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나누고, 재미를 느끼며,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싶은 욕구 등 살아가다보면 다종·다기한 욕구가 생겨난다. 돈을 벌고 쓰고 하는 목적, 즉 ‘경제행위’를 하는 목적은 정신적, 물질적, 사회적 욕구 등 다양한 부를 조달하고 쌓기 위함이다.

5년 뒤의 삶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행복과 욕구도 중요하다. 오히려 지금의 욕구가 잘 충족되어야 미래의 행복도 보장되지 않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축은 미래지출을 말하며, 자신의 욕구에 기반하여 구체적인 삶의 목적과 계획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저축‘만’을 강조하는 ‘맹목적인 저축’은 오히려 삶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행복과 미래행복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2018년이 끝나고 2019년이 밝아 왔다. 새해 저축계획을 수립하기 전 먼저 자신의 진짜 욕구와 삶의 방향을 점검하자.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야! 저축할 돈도 없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청춘들은 저축할 돈이 없다. 낮은 임금, 높은 월세 어찌 저축할 돈이 있겠는가. 낮은 급여는 청춘들의 책임이 아니다. 높은 월세도 청춘들이 잘 못 살아서도 아니다. 모두 청춘이 감당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 다 쓰고 죽자!


청춘들의 내지갑요정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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