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의 자존감을 살리는 세심한 정책 설계와 집행을 기대한다
최근 필자는 7개월 된 아기가 있는 25세, 27세 젊은 부부를 만났다. 아기엄마(25세)는 다니던 직장에서 임신 후 육아휴직 등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퇴사했다. 남편도 다니던 직장에서 허리를 다쳐 산재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젊은 부부는 돈을 구할 길이 없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말았다. 인터넷 상에서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3일 동안 카드를 빌려줬는데 그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었다. 이 일로 그들의 모든 계좌는 정지되었고, 그들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부과되었다. 긴급 상황이라 주민센터에 수급자 등 지원 혜택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해당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엄마는 벌금 300만 원을 분할상환하려고 검찰청을 찾아가봤지만 검찰청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고 해당사항이 안된다며 접수를 거절했다. 또한 “젊으니까 일해서 갚아라”, “아기는 부모에게 맡기고 노역을 해라” 등의 폭언과 모멸감을 주었다. 젊으니까, 청년이니까 하는 말이 이렇게 무섭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에 걸려 넘어진다. 이들의 처지와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은 허공을 맴돌 뿐이다. 안타깝지만 청년세대는 과거보다 더 가난하다.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청년층의 경제 격차가 심각하다. 순자산의 중앙값이 유일하게 감소한 세대가 20대였다. 20대의 순자산은 2017년 3750만 원에서 2018년 3660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순자산 평균은 2017년 7489만 원에서 2018년 7509만 원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20대의 세대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청년 세대가 빈곤과 격차의 구렁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청년 세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이름 없는 청년을 위한 이름 있는 정책
앞에서 언급한 청년의 사례를 보듯 ‘청년=대학생’의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대학을 가지 않은 청년과 장애인 청년, 한 부모 청년, 미혼모(부) 청년,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청년 등 사회에서 거론되지 않는 청년들이 존재한다. 청년이라고 다 똑같지 않으며, 청년 역시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다. 기존 복지정책은 가족 중심으로 시행되기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년 상당수를 포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어려운 처지의 청년들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둘째, 모멸감을 주지 않는 정책으로 변화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재산과 소득을 중심으로 가난을 증명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정책대상을 분명하게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절차일 것이다. 그러나 정책 심사 과정에서 과도하게 노력을 강조하고, 빈곤을 자극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가난한 이들도 엄연한 인격체이다. 청년복지정책을 설계할 때는 특히 이들의 자존감을 꺾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고, 실행과정에서도 이런 세심함이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실험의 성공
올해 서울시가 새롭게 추진하는 청년 정책 중에서 시장 직속의 ‘청년청’을 만들고, 민관 협치(거버넌스)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험으로 ‘청년자치정부’를 추진하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서울시는 청년위원 15% 목표제, 청년자율예산제, 미래혁신프로젝트, 청년인센티브제, 청년인지예산제 등 5대 청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특히 서울시의 200개가 넘는 위원회에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청년위원 15% 목표제’는 매우 중요하다. 청년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관점의 목소리가 복지정책 등 서울시 정책 전반에 반영되는 것을 기대한다. 이번 청년자치정부 성공을 기원한다.
글 | 한영섭
http://www.welfare.seoul.kr/board/download?board_num=23888&file_num=2 (서울시복지재단 복지이슈 - 전체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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