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어 영남권 은행도 上京… 서울·수도권에 점포 70여개 열어
직원 4~5명 '미니 점포' 대부분
수익 극대화하려 건물 2층 위치, 발로 뛰는 영업으로 연줄 커버
지방은행들이 수도권에 잇달아 지점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돈과 사람을 따라 고향을 떠나서 수도권 영업에 나서는 중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지역에서만 영업을 하면서 버티는 데 한계가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8개 지방은행의 '수도권 상륙작전'으로 서울·경기·인천에 자리 잡은 지방은행 점포는 70개에 달한다. 이 중 약 50개는 서울에 자리 잡았다. 신설되는 지방은행 지점은 몸집을 가볍게 한 '미니 점포'가 대부분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모바일 거래를 확대하고, 발로 뛰는 영업으로 만회한다는 생각으로 서울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턱 낮추고 '미니 점포'로 교두보
지방은행 8개 중 가장 수도권에서 약진하고 있는 건 JB금융지주 산하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다. 광주은행은 2014년 4곳이던 서울·경기·인천 지역 점포가 작년 30곳으로 늘었다. 전체 점포 5개 중 1개는 수도권에 위치한 셈이다. 수도권 점포 직원 수도 37명에서 144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본래 근거지인 광주·전남 지역 점포 수는 141곳에서 110곳으로 줄었다. 지방은행 서울 진출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북은행은 수도권 점포 수가 전체의 20%에 육박한다.
대구은행도 작년 11월 경기 화성시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는 등 수도권 점포 확대에 나섰다. 서울 입성에 관심이 적었던 영남권 은행들도 최근 수도권 점포를 늘리고 있다. 부산은행은 작년 9월 서울 마포구·성동구, 경기 부천·수원에 각각 점포를 내면서 수도권 지점을 10개로 늘렸다. 경남은행은 "현재 수도권 지점은 3개지만, 올해 4개 더 확충할 것"이라며 "경남은행이 서울에 신규 점포를 내기는 1996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수도권에 상륙하는 지방은행들은 '은행 지점은 넓은 1층 공간에'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점포를 소형화한 탓이다. 전북은행의 서울 점포 대부분은 건물 2층에 있다. 직원도 4~5명에 불과한 '미니 점포'다. 지점장이 없는 곳도 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발전으로 요즘 은행 고객 10명 중 8명은 1년에 은행에 한 번도 안 간다"며 "비대면 고객을 많이 늘리고, 꼭 대면 업무가 필요한 고객을 위해 2~3층에 소형 점포를 내는 전략"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의 전북은행 지점은 긴 카운터 형식의 창구 대신 1대1 상담을 강조한 전형적인 미니 점포다. 지방은행 가운데 수도권 상륙작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북은행은 수도권 점포 수(19개)가 전체(100개)의 20%에 달한다. /전북은행
서울 연고가 없는 만큼 발로 뛰는 영업도 병행한다. 전북은행은 서울 입성 초기 온라인·모바일 고객이 지점에 갈 필요 없이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실명 확인을 해줬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어깨띠를 두르고 지점 주위부터 돌아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안내물도 나눠주면서 알음알음 고객을 유치한다"고 했다.
◇지역 떠나는 기업·고객 따라 수도권 진출
지방은행의 상경 배경에는 이미 포화된 지방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있다. 주 고객인 지방 중소기업이 경기 악화로 고전하는 데다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일도 잦아졌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면서, 잠재 고객이 지역을 떠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지역 기업 기반이 약한 전북·전남의 지방은행은 일찍이 서울행에 올랐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호남은 영남에 비해 향토 기업이 적은 만큼, 은행의 생존 차원에서 2010년부터 수도권에 진출했다"며 "중소기업, 중신용자를 상대로 지역에서 쌓은 영업 노하우를 토대로 수도권 중소기업, 중신용자를 찾아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지역 기업이 탄탄한 영남권 은행도 갈수록 지역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는 기업과 고객을 따라 서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영남권 은행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수도권에 전출한 영남권 인구가 46만여명"이라며 "비대면 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영업점을 찾아가 업무를 봐야 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했다.
[양모듬 기자 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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