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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유가치창출(CSV)’이란 사회적 책임(CSR)+α다

금융리터러시 2014. 11. 5. 10:44
‘공유가치창출(CSV)’이란 사회적 책임(CSR)+α다
CSV와 CSR는 상반된 관계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
이양호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팀장 yholee@kpc.or.kr 정광호 지속가능경영센터 연구원


2011년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CSV)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국내외에서 CSV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들이 제시한 CSV는 사회적 요구를 파악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것이다. 이후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활동이 기업 가치를 높여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방법으로 기업들에 인식되고 있다.

기업 처지에서 보면 사회에 기여하면서 수익 창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CSV는 분명 매력적인 개념이다. 그래서인지 CSV가 제시된 배경과 원칙에 대해 많은 기업이 공감하며 이를 기업 활동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CSR팀으로 운영되던 조직 명칭을 CSV팀으로 변경하고 정부에서도 CSV를 정책 어젠다로 제시하는 등 CSV를 도입하기 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과 정부가 사회적 문제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의 관련 논의를 살펴보면 CSV에 대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듯하다. 마치 CSR를 추진하는 기업은 시대에 뒤떨어진 활동을 하고 있고, CSV를 추진해야만 선진기업이란 인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너지와 원료를 절감함으로써 비용 감소와 더불어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이나 사회적 이슈를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익적 기부 같은 CSR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은 공유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CSV와 CSR 모두 사회 발전에 기여하거나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어떠한 개념이 최적의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분분하다.

CSV, 기업과 사회의 상생 전략

마이클 포터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의도적으로 CSV를 CSR와 구분된 개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2006년 그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CSR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고, 전략적 관점의 CSR를 통해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즉 CSR와 CSV에 대한 논의는 CSR를 기업이 실천해야 하는 선행이자 책무로 바라볼 것인지,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며 CSR가 CSV에 비해 뒤처진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CSR와 CSV의 본질 및 차이에 대해 각계각층 전문가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CSR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쪽은 CSR가 기본적으로 기업 자원을 활용하고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기업이 사회에서 좋은 시민이 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CSV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기업이 경제, 환경, 사회 측면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의 전략, 구조, 가치사슬, 보상체계 등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사회를 넘어 전 세계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CSR와 CSV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은 ‘표’와 같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CSV를 강조하는 쪽은 CSR가 기업의 사업과 분리된 활동을 수행하면서 창출된 성과를 나누는 것이라 얘기한다. 반면 CSV는 기업이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며, 따라서 기업의 핵심 역량 강화와 사회적 가치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CSV가 CSR보다 훌륭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점차 이윤을 희생하며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착한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동시에 수익도 창출하는 현명한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SR는 기업의 양심에 호소해 법적·경제적·윤리적 책임을 수행하게 해 기업 처지에선 비용이지만, CSV는 기업과 사회의 상호의존성을 인식해 선순환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혁신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투자라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보상 없이 성과를 희생해야 한다는 CSR는 기업에 일방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기업과 사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려면 기업이 희생하는 CSR보다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서로가 이익을 볼 수 있는 CSV를 지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기업은 가장 잘하는 사업과 사회의 요구가 만나는 접점을 고려해 공유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경쟁우위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CSV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한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자선적인 CSR 활동에서 벗어나 인류의 복지, 환경 보호 등을 통해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외부 문제를 제거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CSR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쪽은 기업이 CSR를 통해 이해관계자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공유가치를 창출하려면 CSR를 통해 이해관계자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CSR는 사업 창출, 지배구조, 환경 보호, 지역사회 측면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CSR, 이해관계자와의 공감 통로

이에 반해 CSV는 사업 창출에 국한된 개념으로, 경제적 가치창출과 연관된 이해관계자의 의견에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CSV는 기업의 가치사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며, 생산성과 상관관계가 적은 지배구조, 노동, 인권, 윤리 등은 논외로 치부하는 점을 지적한다. 또 CSV의 핵심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업과 연결한다는 것으로, 기업의 자선적 활동보다 사회적 이슈와 사업 통합을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수익 극대화와 효율성 향상을 추구하는 부정적인 모습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 수익 창출과 사회적 공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CSV를 성공하려면 기업은 CSR를 통한 자선적이고 또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SV와 CSR 중 무엇이 더 우월한가 같은 논의는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기업의 활동이 자선적이고 윤리적인 관점과 가치사슬의 강화라는 관점 사이에서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고려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고려돼야 할까.

마이클 포터는 CSV를 추진하기 위한 원칙과 CSV에 대한 범주를 제시한다. 먼저 CSV는 경영전략으로 간주해야 하며, 기업 활동의 부수적 산물이 아니라 핵심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조직을 개편하거나 사회공헌 측면에서의 아이템을 찾아내 CSV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혁신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이클 포터는 CSV에 대한 범주를 제품과 시장 재인지(Reconceiving Products and Markets), 가치사슬에서 생산성 재정의(Redefining Productivity in the Value Chain), 지역사회의 클러스터 발전(Enabling Local Cluster Development) 등 3가지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장기적 관점서 바라봐야

수질정화 제품을 판매하는 니폰 폴리글루는 개발도상국에서 CSV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 이동통신 기업 보다폰(Vodafone)은 아프리카 주민의 금융 접근성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고 모바일 통신수단 기능을 활용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M-PESA)를 출시해 은행계좌 없이도 모바일 통신으로 송금과 출금,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니폰 폴리글루(Nippon Poly-Glu)는 개발도상국의 오염수를 식수로 바꾸는 수질정화 제품을 판매하는 일본 기업으로, 현지 판매원과 관리원을 고용해 마케팅 및 판매 단계의 사업역량을 혁신함으로써 수익성과 판매원의 경제적 자립도를 향상하고 있다. 또 독일계 대형 할인마트 메트로 캐시 앤드 캐리(METRO Cash · Carry)는 베트남에 영농시설단지를 조성하고 지역 농민을 대상으로 메트로의 고유 품질관리 기준(METROGAP)에 부합하는 품질관리 교육을 실시해 베트남의 농업 클러스터 발전은 물론 제품 공급망도 강화하는 공유가치를 창출했다.

앞선 3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혁신이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혁신을 기업 내부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와 그 원인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변화하는 외부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유가치를 창출하려면 기업의 특정 사업, 특히 가장 잘하는 사업과 사회적 이슈를 연계해 기업 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혁신을 이뤄야 한다. 혁신을 통한 CSV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과 더불어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즉 CSV의 핵심은 기존에 기업이 수행하던 CSR 활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CSR 활동의 핵심 요소인 사회적, 환경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전략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혁신 활동에 있다. 이것을 기업의 주력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다.

CSV는 분명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유행처럼 CSV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성공적인 CSV를 추진하기 어렵다. 많은 기업이 CSR를 추진하면서도 단순한 사회공헌 정도로 인식하는 것처럼, CSV도 경영철학과 전략, 프로세스에 대한 근본 혁신 없이는 단순한 사업 아이템이나 사회공헌 활동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기업 이익과 사회 이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자사에 적합한 CSV 활동을 구체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에코매지네이션(생태학을 뜻하는 ‘ecology’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뜻하는 ‘imagination’을 합친 말) 프로그램이 안착하는 데 10년이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 기업도 CSV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GE나 네슬레처럼 국내에서도 CSV의 성공적 도입으로 기업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