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므로 통상적으로 부모와 묶여 생각되기 때문이다. 청년이 부모와 상관없이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청년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바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 청년들을 위해 '희망두배청년통장'이라는 정책을 올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만18세 이상 만34세 이하 저소득층 청년들이 매월 근로소득으로 저축하는 금액의 1/2금액 또는 동일한 금액을 서울시 예산 및 시민의 후원금으로 적립 지원해 청년들에게 '두 배'의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1기에서 서울시에 정책제안을 한 결과 탄생되었다. 이 정책을 처음 제안했던 한영섭 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을 만났다. 한씨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생활안전망 분과 테이블지기를 맡고 있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청년들의 정책 아이디어가 실제로 행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청춘희년운동본부 국회 앞 기자회견 | |
ⓒ 청춘희년운동본부 |
'가난'을 증명할 수밖에 없는 사회
희망두배청년통장은 경제적 기반이 어려운 청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여 올해 5월부터 실행되었다. 한씨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이 이 정책을 제안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연령층보다 청년층의 상담률이 저조했으며, 청년을 위한 적절한 지원이 행해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그 결과 그는 노력을 해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 2007년 3월부터 시행되어 온 희망플러스통장 정책을 청년들에게 적용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게 되었다.
"미국이나 영국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서울시의 희망플러스통장, 중앙정부의 희망키움통장 등이 이미 있었고요. 이미 있는 정책들이 있어서 제도 설계하는 게 쉬웠어요."
행정적 절차를 거치면서 지원을 받는 대상과 지원 기간이 처음 기획했던 바와 달라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처음 희망두배청년통장 정책을 추진할 당시, 저소득층 근로청년이면 누구나 이 정책의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서 다른 기준들은 설정하지 않고 소득기준만을 자격조건으로 둘 계획이었다. 지원기간은 최장 6개월에서 최단 1개월의 단기 프로그램으로,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저축금액만큼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1대 1 매칭으로 지원을 받도록 계획했다.
하지만 행정을 집행하는 서울시는 저축기간이 짧아지면 쌓이는 금액도 적어지므로 기간을 장기간으로 늘려야 하며, 기초수급대상자는 1대 1 매칭, 차상위계층은 1대 0.5매칭(저축금액의 반액을 근로장려금으로 지급)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입장이었다.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엔 서울시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하게 되었다.
"어쨌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끼니까 그렇게 정책을 설계 하게 됐어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더 많이 주면 정책을 집행하기도 수월해지고 또, 그들 입장에서도 명분이 생기고 취약계층에게 명분이 생기니까 이렇게 진행이 된 것 같아요."
한씨에게 서울시와의 입장 차이는 단순히 예산 부족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문제로 느껴졌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은 저소득층 근로청년의 자립을 돕는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이 정책에 대해 한씨는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한 모든 청년들이 가난을 증명하지 않고도 국가의 정책적인 해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예컨대,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자신의 가정이 곤란하다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신의 가난함을 경쟁하고 증명하고 있는 실상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이 정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기에는 예산도 많이 들어가고, 정책 집행에 있어 다양한 행정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가난한 청년들에게 가난함을 증명하게 하는 것이 유쾌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갈 발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해 정책을 집행하게 되었습니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을 만들고 정책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다. 근로 청년들이 아닌 장기 구직자 청년들에게는 아쉬운 조건이다. 의지가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면 서러운 상황이 아닌가?
이에 한씨는 완전 퍼주기 식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서 장기 구직자 청년들에 대한 혜택이 배제되었고, 이번에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서 장기 구직자 청년들에게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득 자체가 높아져야 하는 거죠. 최저 임금, 생활 임금이 되면 그런 통장은 없어도 되죠. 지금 그게 안 되니까 뭐라도 해야 되는 심정으로 만들어 내는 거죠. 전면적으로 확대가 되어서 청년 수당이나, 이런 걸로 바뀐다고 하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행정 비용들이나 갈등도 줄어들게 되니까 훨씬 더 효율성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년의 실패도 안을 수 있는 '사람중심 패러다임' 돼야
▲ 한영섭 센터장 인터뷰 | |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
청년들이 독립세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바탕이 갖춰져야 하는데 청년들은 금융에 대해 배워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청년들은 대부업체들의 마케팅에 당하거나,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한씨는 희망두배청년통장이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는 정책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책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자산을 모아서 어떠한 일을 이루기보다는 저축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하고 싶고 또한 금융에 대한 능동적 교육의 장이 되어 경제적 자립 습관을 형성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을 만나게 하면서 함께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가난하고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므로, 청년들이 왜 가난하고, 왜 빚지고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기 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고민하다보면 당장 해결은 못하지만 방향성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뭉치면 혼자 고민하는 것 보다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청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은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 돈과 무관하게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은 청년들을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력이 부족하다. 청년이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기 까지 보통 1~2년 정도는 걸린다. 하지만 청년 지원 사업들은 행정적인 문제가 맞물려 있어 청년들에게 여유를 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씨는 국가가 정책적인 지원사업을 할 때, 성과주의로 청년을 평가해서는 청년의 자립을 위한 좋은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청년의 실패를 용인하는 사람중심주의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될 시점이다. 특히 희망두배청년통장 같은 청년의 경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은 예산의 문제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관점으로 전환하여, 모든 청년들이 조건없이 국가의 정책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