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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1년간 읽은 책 300권, 독서가 인생 바꿨죠

금융리터러시 2017. 2. 12. 21:59

1년간 읽은 책 300권, 독서가 인생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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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 고영성
대학 입시가, 회사 입사가 끝나면 ‘공부 안녕’일 것 같지만, 사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다. 업무를 하는 데도, 아이를 키우는 데도, 하물며 취미를 즐길 때도 배워야 할 것은 많고, 하여 공부는 지긋지긋하게 우리를 따라다닌다. 지난달 6일 출간돼 한 달 넘게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책 『완벽한 공부법』(이하 완공)은 배움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인 고영성(39) 작가는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의 하소연을 듣다가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룹 전체의 비용 절감 방안을 내는 새 업무를 맡았는데, 아는 게 없어 바닥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기왕 해야 하는 공부라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서른에 처음으로 책 읽기 시작
퇴근 후 5시간씩 독서에 매달려
공부에 재능없다 포기하지 말고
성장 가능성 믿고 도전하길
‘생각의 힘’이 세상 바꿀 것

 
 고 작가는 자기계발서로 이미 알려진 작가다. 2010년 『지금 당장 경제기사 공부하라』를 시작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부모공부 』등 6년간 여덟 권을 출간했다. 이번 책에서는 공학박사이자 ‘평생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신영준(35) 작가와 의기투합해 ‘공부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500쪽이 넘는 묵직한 책은 믿음?메타인지 ?기억?환경?창의성 등 공부와 관련한 14가지 키워드를 제시한 후, 뇌과학?심리학?교육학?행동경제학 등에서 끌어낸 효율적인 공부법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8일 서울 상암동 서점 북바이북에서 만난 고 작가는 “결국 공부는 인생의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며, 이는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믿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다.


질의 :제목이 자신만만하다.
응답 :“나 자신이 서른이 넘어 뒤늦게 독서와 공부로 인생을 바꿨다. 공부법 책도 엄청나게 읽었는데 대부분이 ‘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 식이 많았다.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독자들을 설득하려면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리학·뇌과학 서적과 논문 등을 읽으며 자료를 모았지만 정작 정규 교육기관인 대학(성균관대 철학과)을 중퇴했고, 회사생활 경험도 별로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싱가포르 국립대를 나와 삼성에서 일한 고 박사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합치면 '거의 완벽한' 공부법이 나오겠다 싶었다.”
 
질의 :독서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응답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처음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때 벼락치기 시험공부는 했지만,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는데 97학번 입시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아 운좋게 대학에 합격했다. 하지만 대학 때 수업은 거의 듣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빠져 20대의 대부분을 아르바이트와 게임으로 보냈다. 4학년 때 휴학을 하고 한 언론사에 인턴 사원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인생이 바뀌었다.”
 
질의 :무슨 일이 있었나.
응답 :“2007년이었고, 덜컥 외신 경제기사를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이었는데, 기사를 수없이 읽다보니 뭔가 세계 경제가 이상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데 원체 지식이 없으니 문제가 뭔지 알 수가 없는 거다. 인생 처음으로 뭔가를 공부하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을 느꼈다. 모르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조급함도 한 몫 했고.”


 그는 ‘의지박약’이던 스스로를 공부로 밀어넣기 위해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일단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데 집에는 컴퓨터가 있고, ‘컴퓨터=게임’인 사람이었으니 집에서의 공부는 포기해야 했다. 대신 매일 퇴근 후 경제학 책을 한 권씩 들고 동네 카페로 가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읽었다. ‘카페엔 여자 손님이 많으니 창피해서라도 졸지는 않겠지’라 생각하며 시작한 퇴근 후 독서가 한 달 또 한 달 이어졌다. 그렇게 1년간 3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질의 :어떤 책들이었나.
응답 :“경제학 개론서부터 근거가 부실한 음모론을 다룬 책까지 닥치는대로 읽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책에서 얻은 지식을 정리해 인터넷에 조금씩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그래서 책을 내자는 제안도 받게 됐다. 그 1년의 독서를 통해 깨달은 게 이번 책에서도 강조한 ‘습관’의 중요성이다. 처음 몇 개월은 정말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독서가 ‘하지 않으면 마음이 찜찜해 견딜 수 없는 일’이 되어 있더라. 습관 중엔 그것으로 인해 인생이 통째로 바뀌는 ‘핵심습관’이란 게 있는데 나한테는 독서가 그랬다.”
 
질의 :원래 공부에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응답 :“어떤 분야건 성취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섯가지 변수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운·재능·과제 난이도·환경·노력·전략이 그것이다. 여기서 운과 재능, 과제 난이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여기에 매달려 있으면 우울해질뿐이다. 나 역시 공부에 재능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정작 공부를 해 보기 전엔 몰랐다. 그러니 일단 무언가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그 길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노력하는 것, 바람직한 전략을 세우는 것 등 내가 통제할 수 변수에 집중해야 한다.”
 
질의 :책에선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으로 분류하는데.
응답 :“맞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스스로가 공부를 통해 바뀔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하는 게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특히 성인이 되면 더더욱 스스로를 잘 안다는 생각에 ‘난 저 분야에 재능이 없어’ ‘저건 내가 못 하는 일이야’라고 결정짓는 고정형 사고방식에 빠진다. 나 역시 그랬지만, 서른 살에 300권 읽기를 끝낸 후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래서 뇌는 나이와 관계없이 쓰면 쓸수록 단련된다는 뇌의 가소성이나 자기효능감의 중요성 등을 책의 서두에 강조했다."
 
질의 :자기계발서라는 게 읽을 땐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응답 :“사실 자기계발서를 혐오하는 많은 분들은 정작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내가 공부 좀 해봤는데, 내가 살아봤는데’ 하며 어떤 분야든 잘 안다고 생각해버리는 거다. 하지만 뇌과학계 분야만 해도 기존의 상식을 깨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새롭게 발표되고 있고, 책을 통해 이를 접하고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도 많다. 작가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런 새로운 발견들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의 :알기 쉬운 ‘다이제스트 지식’만을 찾는 풍조도 문제 아닌가.
응답 :“사람들은 매우 바쁘고 인지 능력의 대부분을 자신의 생계를 위한 일에 써야한다. 그러고나서 남는 인지능력을 활용해 인생의 폭을 넓히고 싶어 이런저런 공부를 하는 거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다이제스트 지식만 찾느냐고 비난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물론 그렇게 전달되는 지식에 내용상 오류가 있다면 지적을 해야 하겠지만, 형식 자체를 지나치게 문제삼는 건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오만일 수 있다.”
 

DA 300


 그는 신영준 작가와 함께 ‘인생공부’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두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공부법 등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삶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고민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고 작가는 “요즘 정치·경제적 환경이 모두 엉망인데 혼자만 공부해서 똑똑해지면 뭐하냐는 의견도 종종 듣게 된다”며 “하지만 결국 개개인이 생각의 힘과 판단 역량을 키워나가야 사회의 모순도, 잘못된 구조도 바꿀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