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칼럼/칼럼 - 한영섭의 금융산책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 토론문, 2018년 10월 30일

금융리터러시 2018. 10. 31. 10:12

경제적 자산을 뛰어 넘어 다면적 자산을 보장하자

- 서울시 청년층 자산형성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영섭

내지갑연구소

우선 서울시 청년층 자산형성 프로그램인 ‘희망두배 청년통장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린 것에 대해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특히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출범을 앞두고 열리는 토론회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청년통장은 2013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만들어진 정책으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발제문에서 정리한 내용처럼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근로소득빈곤 청년의 경제적 자산을 축적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제문을 통해 제안한 지원규모와 프로그램 확대, 타 청년정책과의 연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동의한다. 다만 발제문에서 말하고 있는 않는 부분에 대해서 짚어 보려 한다.


1. 서울시 청년층 자산형성 프로그램의 한계와 개선점

1) 자격조건의 개선

<2018년 희망두배 청년통장 공고문>

▶ ‘가족보장’에서 ‘개인보장’으로

청년통장의 신청대상은 서울에서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만 34세 이하 청년으로 본인 월 220만 원 이하, 부양가족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일 경우만 신청 가능하다.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 또는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함께 본다는 의미이다. 이는 전통적인 ‘가족복지’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개선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고 필요하다. 특히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가입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의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다. 서울이라는 특성상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정착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이 많고, 가족의 단절로 인하여 가족의 지원이 끊어진 경우가 많아 정책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부모의 재산과 소득은 자녀에게 영향을 주게 되지만 이것을 중심으로 고려하게 되면 더 중요한 정책대상을 포괄하지 못하는 역설을 만들게 된다. 부모에 대한 소득인정액 기준은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청년당사자가 실질적으로 가족을 부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

▶ ‘근로소득빈곤’ 보장에서 ‘소득빈곤’ 보장으로

통장사업은 근로빈곤층의 자산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플랫폼 노동자, 4차 산업혁명등 기존의 전통적인 ‘근로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근로자’성을 뛰어 넘어 소득빈곤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문제인 정부에서도 주창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결을 같이하여 근로자를 뛰어 넘어 노동자, 소득자의 기준으로 틀을 변화 시켜야 한다. 또한 청년의 노동은 획일적이지도 않고 연속적이지도 않다. 또한 산업의 변화로 인하여 기업의 형태는 빠르게 변화되어 과거처럼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기존 통장사업도 근로자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청년자영업자, 청년창업자 등도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사실상 프리랜서 등 소득을 정상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배제되고 있다.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등 신청일 당시 근로를 하고 있는지, 않하고 있는지 구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여가 배제된다. 그리고 홍보물의 용어에서부터 ‘근로소득금액’으로 규정하고 이기 때문에 문턱처럼 느껴지게 된다. 실질적으로 소득빈곤층이 정책에 포함 될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2) 내용상의 개선

▶ 가난을 증명하고 억지 노력 강요하는 심사과정 개선

현재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로 진행된다. 심사과정은 한마디로 ‘가난을 증명하고 적극적인 (저축)노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심사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심사과정을 보다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면접과정은 여러 해 동안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인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면접과정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욕구와 계획을 상대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청년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설명하지 못하는 청년이 배제, 탈락된다. 형식적이고 고압적으로 운영되는 면접과정은 폐지해야 한다. 그대 신 서류접수를 보다 내실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청년수당’과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과 같은 방식으로 심사과정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가난을 줄 세우지 말고, 보여주기 식의 노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 획일화된 욕구 실현에서 다양한 욕구 실현으로

청년통장의 근로장려금은 주거, 결혼, 교육, 창업 목적의 저축액에 지원된다. 이는 대표적인 이행기에 따른 목적자금으로 획일적인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주거, 결혼, 교육, 창업의 목적만으로 충족 될 수 없다. 사업의 취지가 자산을 형성하여 자립을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목적을 보다 폭넓게 개방하거나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가량 여행자금은 미래를 위한 준비일까? 소비일까? 세계일주를 통해 삶을 변화시킨 청년의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다. 여행을 통해 쌓여 있을 삶의 자산은 도대체 왜 자산이 아닌가? 억지 욕구에 일부러 구겨 넣는 것이 아니라 보다 창조적이고 개인의 좋은 삶에 부합되는 가치가 발현 될 수 있도록 욕구를 넓혀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는 저축기간이 끝이 나도 적립금액을 바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한 대로 자금을 사용한 계획과 영수증을 첨부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처음 계획이 결혼자금 이였는데 결혼의 계획이 무산되면 돈을 찾을 수 없는 건가? 실무적으로는 목적을 결혼에서 주거로 변경하여 적립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상당한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2년 또는 3년 동안 열심히 저축을 한 것에 대한 ‘급부’로 자산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삶은 4가지 욕구로 설명되지 않는다. 3년 동안 저축이 정상적으로 끝이 나면 조건 없이 적립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 경기도의 일하는 청년통장은 설계할 때부터 적립된 금액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청년층의 욕구에 기반하여 자산이 형성될 수 있고, 사용될 수 있다. 돈은 쌓아 놓기 위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다. 어떤 것을 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청년은 잘 쓸 것이다. 3년 동안 잘 모은 것처럼... 청년은 어린애가 아니다.

▶ 경제적(현금) 자산에서 다면적 자산형성으로

청년통장은 현금(경제적)자산을 형성하게 하는 정책이다. 현금 즉 ‘돈’은 다양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삶은 돈만 있다고 살아갈 수 없다. 더 많은 자원과 자산이 필요하다. 문화자본, 사회(관계)자본, 정신(정서)적 자본, 환경자본, 정치자본 등 물질적 자산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자산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청년통장이 추구하는 자산형성을 경제적(돈)만 축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원이 연결되고 쌓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도 다양한 비금융적 지원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는 매우 좁은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형성의 목표를 확장해야 한다. 경제적 자산의 증감을 뛰어 넘어 무형의 역량을 지표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통장가입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저축기간이 끝났을 때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동력(자산)과 역량을 길러 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 스스로의 좋은 삶을 위한 생활경제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자.


2. 한국 경제 불평등, 청년의 빈곤은 해소되고 있는가?

청년층 자산형성프로그램의 근본 취지는 근로빈곤층의 자산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앞서 이야기한 사항은 기존 청년통장을 유지 한다면 개선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 노력의 급부에서 존재의 급부로 : ‘미래보장’에서 ‘현재보장’으로

청년통장은 기본적으로 청년의 노력(매월 저축)이 수반되는 정책이다. 이는 대표적인 조건부 정책이다. 2년 또는 3년 이라는 시간동안 저축이라는 행위가 있어야하고, 중도탈락하지 않아야 급부(현금)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승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과 같다. 현제 가계의 순저축률을 약 7%에 불과하다. 경제적 조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실업률은 줄어들지 않고, 부동산 가격은 연일 치솓고 있다. 서울 청년의 주거빈곤도 낳아지지 않고 있고, 비용은 과거 보다 훨씬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참고로 일반 적금 3년 만기률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을 3년 동안 유지한 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단순이 노력 아니라 ‘노오오오력’의 결과이다. 청년은 이렇게 노오오오력을 해야 자산을 획득할 수 있는가? 삶의 꼭 필요한 ‘필수자산’ 은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원활히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주거, 결혼, 교육 등 삶에 필수적인 요소는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보장되어야 하고, 결혼 하고 싶은 누구나 결혼할 수 있어야하고,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노력의 댓가가 아닌 존재의 이유로 보장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통장사업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지연하여 자산을 축적하는 사업이다. 즉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한 댓가로 지급 되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3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저축을 하기 위해 현재의 필요욕구를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절약과 저축은 선일까? 경제상황이 정상적이라면 저축은 매우 유효하고 필요한 전략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월세등 비용이 많고, 소득상승이 높지 않다면 지금의 저축은 ‘독’이 될 수 있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행복도 중요하다. 지금 삶에서 충실히 욕구를 실현하며 살 수 있어야 미래의 삶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 땅에서 현재의 삶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기본소득’과 ‘기본자본’의 사이에서

사업에서는 밑천이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다. 삶에도 기초적인 밑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살림살이를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소득이 있거나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은 삶의 안정감을 형성하게 하고 초기 자본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전자는 ‘기본소득’이고, 후자는 ‘기본자산(자본)’이다.

지금당장 청년통장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더 다양한 상상과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으로 마무리 한다. 우리 모두 일꾼이 됩시다.